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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한랭질환의 예방과 대처

기후변화로 예전처럼 살을 에는 추위는 줄었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아침에 창문을 열면 맑은 공기 속에 차가운 냉기가 묻어 있다. 거리에 나서면 하얀 입김이 흩어지고, 사람들은 목도리를 단단히 두른 채 어깨를 움츠린다.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계절을 느낀다.

겨울의 공기는 사람을 깨우는 동시에 몸의 균형을 시험한다. 사람의 체온은 섭씨 36.5도 안팎에서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세포 대사, 효소 반응, 신경과 근육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몸은 빠르게 피로해지고 반응이 둔해진다.

통계로 보는 한랭질환의 위험

한랭질환은 낮은 기온에 장시간 노출되어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질 때 발생한다. 저체온증·동상·동창이 대표적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매년 평균 350명이며, 이 중 약 10명 안팎이 목숨을 잃는다.

이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마당을 쓸다 쓰러진 노인, 등산 중 손가락 감각을 잃은 사람,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다 어지럼증을 느낀 직장인의 이야기다. 겨울의 냉기는 대비가 부족한 사람에게 더 깊게 스며든다.

체온이 떨어질 때 벌어지는 일

사람의 체온은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기준선이다. 체온이 1도만 내려가도 대사율이 약 10% 감소하고, 세포의 에너지 생산과 산소 공급이 줄어든다. 효소 반응이 둔해지면 근육이 약해지고 신경 전달이 느려져 몸 전체의 기능이 저하된다.

추위에 노출되면 피부 혈관이 수축해 열 손실을 막고, 혈액은 중심부로 몰린다. 손발이 차가워지는 이유다. 근육의 떨림은 열을 만들기 위한 반응이지만, 에너지가 고갈되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중심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가면 의식이 흐려지고 심장 리듬이 불규칙해지는 등 생리적 기능이 급격히 흔들린다.

추위가 몸이 보내는 경고

한랭질환의 첫 단계는 저체온증이다.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몸이 스스로 열을 낼 수 없게 되고, 집중력 저하와 판단력 저하가 이어진다. 심하면 의식을 잃거나 호흡이 느려진다.

다음은 동상이다. 극심한 추위에 노출되면 피부와 조직이 얼어 혈류가 차단된다. 손가락·발가락·코·귀에 잘 생기며, 피부가 하얗게 변하고 감각이 사라진다. 이때 문지르거나 뜨거운 열을 직접 가하면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미지근한 물로 서서히 온도를 높이는 것이 안전하다.

세 번째는 동창이다. 얼지는 않았지만 반복된 냉기 노출로 혈관이 손상되어 피부가 붓고 가려움이 생긴다. 동상보다 가볍지만 방치하면 만성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추위로부터 몸을 지키는 원칙

추위로부터 몸을 지키는 핵심은 체온의 손실을 막는 것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으면 옷 사이 공기층이 단열막이 되어 체열 손실이 약 30% 줄어든다. 목, 손목, 발목은 혈관이 피부 가까이에 있어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 머리로 빠져나가는 열은 전체 체열의 10% 정도이므로 모자 하나로도 큰 차이를 만든다.

특히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젖은 옷의 위험이다. 물은 공기보다 약 25배 이상 열을 빨리 빼앗는다. 젖은 옷을 입은 채 찬바람을 맞으면 체온은 몇 분 만에 떨어진다. 눈이나 비에 젖었거나 땀을 흘렸다면 속옷까지 갈아입는 것이 안전하다. 보온의 기본은 두께가 아니라 건조함이다.

일상생활 속 예방 수칙

실내 온도는 20~24도 사이가 적당하다. 난방을 과도하게 하면 외출 시 온도 차로 인해 혈압이 급상승할 수 있다. 습도는 40~60%를 유지해야 한다. 건조한 공기는 호흡기 점막을 약하게 만들어 감염 위험을 높인다.

활동 중에는 한 시간마다 100mL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겨울에도 수분은 호흡과 땀으로 빠져나간다. 탈수는 혈액을 끈끈하게 만들어 순환을 방해한다. 술과 카페인은 일시적인 온기를 주지만, 결국 혈관을 확장시켜 체온을 떨어뜨린다. 대신 미지근한 차 한 잔과 충분한 휴식이 몸의 온도를 안정시킨다.

꼭 기억해야 할 응급 상황 대처법

저체온증이 의심되면 따뜻한 실내로 옮기고 젖은 옷을 벗긴 뒤 담요로 감싼다. 뜨거운 열을 직접 대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미지근한 온도로 천천히 체온을 회복시켜야 한다. 의식이 없다면 따뜻한 음료를 억지로 먹이지 말아야 한다. 이는 기도가 막혀 호흡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상 부위는 문지르지 말고 37~40도의 물에 20분 정도 담가야 한다. 통증이 심하거나 물집이 생기면 지체 없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동창은 붓기나 가려움이 심하면 피부를 긁지 말고 연고를 발라 보호해야 한다. 초기 대처가 정확하면 대부분의 한랭질환은 후유증 없이 회복된다.

한랭질환 없이 건강하게 겨울 나기

겨울은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찾아오지만, 그 영향을 받는 정도는 준비에 달려 있다. 체온을 지키는 일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생활의 습관이다. 따뜻하게 입고, 물을 자주 마시고, 충분히 쉬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한랭질환은 예방할 수 있다. 작은 주의와 준비가 건강한 겨울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글은 2025년 12월 1일 동양고속미디어에 실린 글입니다.1 저는 의사이자 작가로서 건강, 인문학 등을 주제로 집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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