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다가 채널을 꺼버린 적이 있을 것이다.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고 에너지 수급이 불안하다는 소식이 이어질 때,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 그러나 속수무책이라는 막막함이 밀려온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고,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무력감. 그 물음에 오늘의 뉴스는 답을 주지 않는다. 오래전 같은 혼란 속에서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한 사람들이 남긴 고전이 오히려 더 적확한 해답을 갖고 있다. 세상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다섯 권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군주론

권력에서 밀려난 자가 쓴 권력론이다. 마키아벨리 (Niccolo Machiavelli)는 피렌체 공화국의 고위 관리였다가 메디치 가문의 복권과 함께 실각했다. 고문을 받고 추방된 뒤 피렌체 외곽의 작은 농장에서 군주론 (Il Principe)을 썼다. 권력의 작동 방식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았던 사람이 그 권력에서 밀려난 뒤 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차갑다. 도덕이나 이상이 아닌 현실의 논리로 권력을 해부한다. 500년이 지난 지금도 불편하게 읽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어제의 동맹을 내치고, 원칙이라 말했던 것을 다음 날 뒤집는 지도자들을 보며 세상이 원래 이런 곳이었나 싶어 허탈해질 때가 있다. 마키아벨리는 그것이 예외가 아니라 권력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군주론은 그 허탈함에 이름을 붙여준다.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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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두 딸이 같은 또래여서 자연스레 가까워진, 인문학을 공통 관심사로 가진 친구가 건네준 책이었다.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의 자유론 (On Liberty)은 국가만큼이나 다수의 여론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170년 전 논증이 지금 더 섬뜩하게 읽히는 이유가 있다. 한쪽으로 쏠리는 여론이 개인을 짓누르는데, 지금은 그 속도와 강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거세다.
불안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강한 지도자와 강한 집단에 기대고 싶어 한다. 흔들리는 세상에서 무언가 확실한 것을 붙잡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밀은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위기를 명분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비판은 불온한 것으로 몰리며,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소리 없이 잠식되는지를 이 책은 170년 전의 눈으로 지금보다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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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런던 블룸스버리에 살던 시절 매일 아침 딸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로 향하는 길에 찰스 디킨스 (Charles Dickens)가 살던 집을 지나쳤다. 지금은 박물관이 된 그 집은 주변의 평범한 건물들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소박했다. 그 기억을 따라 두 도시 이야기 (A Tale of Two Cities)를 읽었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디킨스는 귀족의 억압을 고발하면서도 혁명의 과정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무지성과 잔인성에 대해서도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이상을 내건 혁명이 어떻게 또 다른 폭력이 되는지를 기어이 보여준다.
혐오와 원한이 쌓이고 상대를 인간으로 여기기를 멈추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역사는 이미 보여준 바 있다. 정의를 외치며 시작된 일이 어느새 복수가 되고, 해방을 약속한 지도자가 새로운 억압자가 되는 장면은 특정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불안하다면 역사가 이미 답을 남겨두었다는 것을, 이 소설이 조용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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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의 페스트 (La Peste)를 읽으며 지난 몇 년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가 봉쇄되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혼란 속에서 의사 리외와 그의 동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묵묵히 해나간다. 카뮈는 공동체가 거대한 부조리에 맞설 희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용기 있게 행동했던 타루가 유행 종식을 목전에 두고 페스트에 희생되는 대목에서 인간의 저항조차 가볍게 압도하는 세계의 냉혹함을 놓치지 않는다.
감염병 위기 속에서 공직자로서 나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는가 자문해본다. 설령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좌절할 일은 아니다. 거대한 위기에 맞서 함께 힘을 모아본 그 경험이야말로 이 시대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값진 유산일 테니까. 지금처럼 세계 어딘가의 갈등이 일상의 물가와 에너지로 연결되는 시대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앞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 소설이 가장 묵직하고 단단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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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혁명은 종종 자신이 타도한 것을 닮아간다. 조지 오웰 (George Orwell)은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전하여 그것을 목격했고 동물농장 (Animal Farm)에 우화의 형식으로 담았다. 평등과 자유를 내걸고 시작된 혁명이 어떻게 또 다른 독재로 귀결되는지를 두 시간이면 읽히는 이 얇은 소설이 모두 보여준다. 가장 큰 목소리로 약자를 위한다고 외치던 자들이 권력을 잡은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지지자들의 환호를 등에 업고 명분을 하나씩 허무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이 소설은 우화라는 형식으로 정확하게 그려낸다.
이 소설이 쓰인 지 80년이 흘렀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지금도 매일 뉴스에서 반복된다. 자국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정당화되고, 어제의 약속은 오늘의 장애물이 되며, 충성을 증명하지 못한 자는 적으로 분류된다. 어떤 이름으로 어떤 이상을 내걸든 권력이 부패하는 경로는 놀랍도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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