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 딸아이. 아직 스마트폰을 손에 쥐여주진 않았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엄마 핸드폰을 집어 들고 마치 제 것인 양 쓸어 넘긴다. 아빠로서 딸에게 책을 읽는 습관을 자리 잡게 할 생각으로 직접 책을 펴고 옆에 앉아서 페이지를 넘기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없는 듯하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과 친해질 시간은 점점 사라질 게 분명하기에, 스마트폰을 갖는 걸 무한정 보류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어찌하면 더 늦기 전에 딸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맛보게 할 수 있을지 조바심이 앞선다.
그런 위기감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집어 든 책이 『다시, 책으로』다. 영어 원제는 『Reader, Come Home』. 디지털 기기가 일상을 점령하기 이전의, 우리가 책과 함께 어울리던 세상으로 돌아가자는 바람이 담긴 제목이다.
이 책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독서, 언어, 뇌의 관계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인지 신경과학자이다. 독서가 우리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디지털 시대가 독서 습관과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이 저자의 주된 연구 분야다. 이 책에서 저자는 디지털 문화가 우리의 독서 능력과 뇌의 작동 방식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독서가 주의력, 기억력, 그리고 분석적 사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와 이론을 소개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뇌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서커스’라는 친숙한 소재에 비유하며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어서 저자는 깊은 독서(deep reading)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다. 깊은 독서란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을 넘어서, 비판적 사고, 공감, 분석적 사고 등을 포함하는 보다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을 말한다. 저자는 깊은 독서가 인간의 사고, 공감, 그리고 지적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면서,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독서 방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책의 뒷부분은 디지털 시대에 깊은 독서의 가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과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는 부모, 교사, 그리고 어린 독자들이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깊은 독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여기서 이 책의 핵심이자 어찌 보면 다소 의외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 드러난다. 저자는 종이책만이 정답이고 디지털 기기는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저자는 전통적인 종이책과 디지털 기기는 그 역할과 용도가 다르므로, 이 둘 사이를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오가며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이러한 견해는 책에서 거듭 등장하는 ‘양손잡이 읽기 뇌(biliterate reading brain)’라는 말에 함축적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 『다시, 책으로』라는 말은 단지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아닌 것이다. 영어 제목 『Reader, Come Home』에서 말하는 Home도 종이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손에 쥐어진 도구가 무엇이든지 거기에 담긴 정보와 지식, 더 나아가 지혜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다만 오늘날 디지털 기기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우리 일상을 잠식해 오고 있으니, 종이책을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지적 풍요도 놓치지 않도록 하자, 그럼으로써 문해력과 작문력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정신을 지킬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 가면 다들 친구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투정 부리는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는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문제가 한 번에 눈 녹듯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책과 스마트폰이라는 두 갈래의 길 앞에서 방향을 잡는 데 나름의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거센 눈보라 속에서 따뜻한 불빛 하나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한 가지 독특한 점은 편지글 형식으로 쓰여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편지글로 책을 쓴 이유가 저자로서 편지글에 담아낼 수 있는 독자에 대한 배려와 그에 따르는 독자의 몰입이라고 책 초반에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 부분에서 나는 딸아이의 문해력과 작문력을 키워주기 위한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다. 바라건대 그것이 예상대로 실현되기만 한다면, 딸아이가 스스로 종이책을 가까이하고 더 나아가 직접 글을 쓰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는 조만간 이 블로그의 다른 글을 통해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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