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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위험

플라스틱은 19세기 후반 인류사에 처음 등장하였다. 이후 1907년 벨기에 출신 화학자 레오 베이클랜드가 자신의 이름을 딴 최초의 합성 플라스틱인 베이클라이트를 발명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1950년대에 이르러 위생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플라스틱은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의료 분야에서는 일회용 주사기와 수액 백은 감염률을 획기적으로 낮추었고, 식품 분야에서도 음식물의 신선도 유지와 오염 방지에 큰 기여를 했다. 플라스틱은 현대 사회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삶을 보장하는 핵심 소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다. 오늘날 매년 전 세계에서 약 4억 6,000만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는데, 이들 거의 대부분은 쓰레기가 되어 그 생을 마감한다. 2021년에는 전 세계에서 1억 3,900만 톤의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고, 매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이 바다에 버려진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60년에는 플라스틱 생산량이 현재의 3배에 가까운 12억 3,1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인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약 102kg으로, 500ml 생수병 약 8,500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약 4분의 1이 플라스틱이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비닐봉투, 배달 용기 등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는 생활 폐기물 중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약 647만 5천 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2010년 대비 3.6배, 2020년 대비 1.5배 증가한 수치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적어도 수거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수거조차 불가능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으니, 바로 미세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1mm 이하의 나노물질도 포함된다. 생성 방식에 따라 화장품 스크럽처럼 애초에 미세한 크기로 제조되는 1차 미세플라스틱과 큰 덩어리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뉜다.  

오늘날 전 세계 바다에는 5조 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으며, 우리는 일주일에 약 5g, 즉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하는 양의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호흡기와 소화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와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조직 염증, 세포 증식, 면역세포 억제 등의 물리적 독성을 유발하며, 간질성 폐질환과 같은 심각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플라스틱에 포함된 비스페놀 A나 프탈레이트와 같은 화학물질은 내분비 교란, 발달 장애, 심혈관 질환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위협은 인체 건강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더 밝혀야 할 부분이 많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그 위험성을 시사하지만,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내용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위험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아직 그 실체를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위험 물질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난 사례가 있다.  

납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흰색 물감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납에 노출된 화가들이 시력 손상 등의 후유증을 겪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라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식기에 밝은 주황색을 내기 위해 첨가되었지만, 방사능의 위험성이 드러나면서 사용이 중단되었다. 석면은 한때 건축 자재와 단열재로 널리 사용되었으나, 석면 입자가 공기 중에 퍼져 폐질환과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 당시 만들어진 건축물 중 일부는 여전히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석면을 방출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랄 뿐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때이다. 지금 바로 우리 일상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 가능한 물병, 텀블러, 에코백 등을 사용하도록 하자. 쇼핑할 때는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일회용 빨대나 식기 대신 재사용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자. 화장품이나 세정제를 구매할 때는 성분표를 확인하여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자. 세탁 시에는 미세 섬유 필터를 사용하여 옷에서 나오는 미세한 플라스틱 섬유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일상 속 미세한 습관인 것이다.

이 글은 2024년 10월 7일 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1 저는 의사이자 작가로서 건강, 인문학 등을 주제로 집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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