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무더위가 매일 같이 이어지는 요즘이다. 아침 출근길에 나서면 아직 이른 시각인데도 벌써 공기가 후덥지근하다. 흡사 거대한 한증막을 지나 출근하는 기분이다. 몇 분만 걸어도 등줄기에 땀이 주르륵 내려온다. 거기에 직사광선까지 수직으로 내리꽂으면 눈앞이 아찔해진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선풍기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나서야 가까스로 정신이 돌아온다.
일단 실내에 들어오면 도저히 바깥으로 다시 나설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직장인이 밖에 나가는 게 싫다고 나가지 않을 수 있는가. 며칠 전 외부 일정이 있어서 보건소 밖을 나설 때였다. 갑자기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셔 순간적으로 손을 눈썹 위로 올렸다. 그때 눈에 익은 파란색 1톤 트럭이 앞에 멈춰 섰다. 소독 장비와 약품을 실은 보건소 방역 차량이었다. 차에서 내리는 방역 요원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말 그대로 땀으로 샤워를 하고 있었다. 짙푸른 작업복은 등과 어깨 부분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챙 넓은 모자 아래 드러난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긴 대화보다 차라리 빨리 일을 마치고 시원한 곳에서 쉬도록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생 많으십니다.”라는 짧은 한마디만 건네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며 누리는 것들이 알고 보면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헌신 덕분일 때가 있다. 해충과 감염병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방역 요원들이 그렇다. 그들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불볕더위 속에서 묵묵히 현장을 지킨다. 무거운 소독 장비를 짊어진 채 마스크를 쓰고 더운 숨을 몰아쉬며 좁은 골목과 풀이 우거진 하천 변을 누빈다. 그들의 발걸음은 끈적한 더위 속에서도 멈추는 법이 없다. 소독액을 뿜어내는 기계음이 골목에 울리고, 하얀 연기가 잠시 공기를 채웠다가 이내 흩어진다. 그들의 땀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질병으로부터 주민들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된다.
사실 방역 업무는 한정된 공무원 인력만으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동네 골목길부터 크고 작은 하천에 이르기까지 지역 곳곳의 취약 지점을 적시에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큰 힘이 된다. 예컨대 부산 연제구에서는 지난 5월부터 새마을지도자협의회가 주민자율방역단을 꾸려서 해충 방제에 힘쓰고 있다. 아무리 봉사 정신으로 하는 일이라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귀한 시간을 내어가며 소독약을 치고 다니는 건 결코 보통 일이 아니다. 그 시간에 가족과 함께하거나 개인적인 일을 하면서 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웃을 위해 기꺼이 땀 흘리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꽤 살만한 곳임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일명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창궐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마치 검은 비처럼 쏟아지는 벌레 떼가 창문은 물론 차량 앞 유리까지 뒤덮었고, 사람들은 음식점에 앉아 식사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레 사체를 삽으로 퍼내야 할 정도였다고 하니, 불쾌감을 넘어 일상생활까지 마비시키는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데 부산에서만큼은 관련된 신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기후나 생태 차이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여기에 덧붙여 보건소 방역 요원이나 자율방역단처럼 지역의 방역을 이끄는 이들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애쓴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뜨거운 한낮에도 묵묵히 방역의 최전선을 지키는 분들의 노고 덕분에 부산 시민들은 조금 더 평온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기후 변화를 피부로 접하는 것은 해마다 최고 기온을 갱신하는 폭염이지만 또 한편에서는 말라리아나 뎅기열 같은 모기매개 바이러스 감염병의 발생 위험도 실체적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깊숙한 하수구나 습한 웅덩이, 버려진 폐타이어의 어둡고 축축한 곳에서는 모기 유충들이 사람들의 피를 빨 꿈을 꾸면서 폭염이 물러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무더위 속에서도 소독 장비를 메고 모기 유충들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서 골목을 누비는 방역 요원들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숨은 영웅들인 이유다.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혹시라도 길을 가다가 구슬땀을 흘리며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면 잠시 멈춰 서서 따뜻한 안부 인사를 건네주길 바란다. “이 더위에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라는 짧은 한마디가 그분들에게는 묵묵히 흘린 땀방울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주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분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이 사회를 지탱하는 한 부분을 맡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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