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적이 아니다
최근 두 건의 의료사고가 며칠 간격으로 판결이 내려졌다. 하나는 울산에서, 다른 하나는 부산에서 일어난 일이다. 첫 번째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열로 입원한 생후 6개월 아기에게 골수 검사가 필요했다. 골수 검사란 뼈 안의 조혈 조직을 채취해 혈액 질환의 원인을 찾는 처치다. 선배 전공의 두 명이 먼저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소아과 2년차 전공의가 나섰다. 채취에는…
-
군주론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는 피렌체(Firenze) 공화국의 고위 관리였다가 메디치 가문(Medici)의 복권과 함께 실각했다. 고문을 받고 추방된 뒤, 피렌체 외곽의 작은 농장에서 『군주론(Il Principe)』을 썼다. 말하자면 권력의 작동 방식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았던 사람이, 그 권력에서 밀려난 뒤 쓴 책이 『군주론』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이 책에 흐르는 긴장감이 사뭇 서늘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권력을 가진 자의 교만이 아니라, 권력을…
-
진격의 거인
잊을 만하면 인터넷에 올라오는 영상이 있다. 식당에서, 편의점에서, 콜센터 통화 녹음에서. 아무리 설명해도 듣지 않는 사람, 말이 닿지 않는 상대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버텨내는 누군가의 모습. 보는 사람은 분노하고 공유하고 잊는다. 내가 일하는 보건소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민원인 앞에 서본 적이 있다. 그 순간 느끼는 것은 단순한 답답함이 아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벗어나고…
-
낮엔 꾸벅, 밤엔 말똥? ‘봄철 불면’ 탈출법
대문호 찰스 디킨스는 그의 소설 《위대한 유산》에서 3월의 어느 날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태양은 뜨겁게 비치고 바람은 차갑게 부는, 햇빛 속은 여름 같고 그늘 밑은 겨울 같은 그런 날이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생동감과 겨울의 잔영이 공존하는 이 시기는 우리 몸에도 기묘한 불균형을 불러옵니다. 낮에는 따스한 햇살 아래 춘곤증이 쏟아지는데, 정작 밤이 되면 차가운 그늘 속에 홀로 선…
-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책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How the World Really Works)가 바로 그런 책이었다. 우리는 세상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무엇이 문명을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지 설명하려 하면 막연한 이미지나 익숙한 구호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저자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여 드러낸다.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기보다…
-
성장을 처방하는 사회
최근 시청한 <추적 60분> ‘키 크는 주사’ 편은 앞서 본 ‘7세 고시’만큼이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화면 속 아이들은 매일 밤 잠들기 전 스스로 혹은 부모의 손에 의해 엉덩이나 배에 바늘을 꽂는다. 초등학생, 심지어 그보다 어린 아이들까지 이 고통을 당연한 일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안쓰러움을 넘어 기이하기까지 했다. 부모들은 나중에 아이에게 원망을 들을까 봐, 혹은 1cm라도 더…
-
학교 입학 전 꼭 확인해야 할 필수 예방접종
아이의 입학 준비라고 하면 교복이나 가방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학교생활을 안전하게 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예방접종 기록입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입학 전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필수 예방접종이 정해져 있으며, 이는 질병관리청이 지정한 국가 기준입니다. 접종을 마쳤는지 확인하고, 누락된 접종이나 전산 기록이 빠진 경우에는 입학 전에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 꼭 확인해야…
-
한국 사교육의 일그러진 단상
설 연휴, 크루즈가 정박한 항구와 수많은 선박이 바다 위에 여유로이 떠다니는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싱가포르의 아파트. 창밖의 평화로운 수평선과는 대조적으로, 거실 TV 화면 속에는 한국 사교육의 일그러진 단면이 흐르고 있었다. <추적 60분> ‘7세 고시’ 편. 업로드된 지 일 년이 지났지만, 그 속에 담긴 현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거대한 괴물과 같았다. 영상을 관통하는 화두 중 하나는 ‘석차’였다. 공교육…








이메일로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