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청한 <추적 60분> ‘키 크는 주사’ 편은 앞서 본 ‘7세 고시’만큼이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화면 속 아이들은 매일 밤 잠들기 전 스스로 혹은 부모의 손에 의해 엉덩이나 배에 바늘을 꽂는다. 초등학생, 심지어 그보다 어린 아이들까지 이 고통을 당연한 일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안쓰러움을 넘어 기이하기까지 했다. 부모들은 나중에 아이에게 원망을 들을까 봐, 혹은 1cm라도 더 키울 수 있다면 억 단위의 투자도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그 간절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기에 화면을 지켜보는 마음은 더욱 복잡했다.
사실 우리 집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던 적이 있다. 아내가 주변 아이들도 꽤 맞는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딸아이에게도 성장 주사를 맞춰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다행히 우리 집은 은행원인 아내가 금융을, 의사인 내가 건강 관련 결정을 전담한다는 역할 분담의 원칙이 서 있었다. 덕분에 의학적 근거가 희박한 치료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상황을 매듭지을 수 있었지만, 만약 그런 기준이 없었다면 나 역시 그 막연한 불안과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싶다.
당시 나의 반대는 직업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으나, 이번 영상을 통해 마주한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특히 나를 분노케 한 것은 인술을 펼쳐야 할 의사들이 장사꾼으로 전락해버린 무책임한 모습이었다. 영상 속 병원들은 정상 범주의 아이를 둔 학부모들에게,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은 치료가 마치 아이의 미래를 바꿔줄 마법인 양 기만하며 사기에 가까운 상술을 펼치고 있었다.
심지어 정상적인 성장을 하는 아이들에게 항암제 계열의 여성호르몬 억제제를 처방하며 성장판 폐쇄를 늦추려 드는 대목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환자의 건강보다 수익을 우선시하며 멀쩡한 아이들을 비도덕적인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삼는 이들을 과연 의사라 부를 수 있을까. 해외 전문가들이 이를 두고 “명백한 아동 학대(Child Abuse)”라고 단언하는 이유를 영상을 통해 꼭 확인해보길 권한다.
영상을 본 뒤, 최근 부쩍 명품과 소위 ‘짭’에 대해 묻는 딸아이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짭은 남을 따라 하는 것이고, 명품은 남을 따라 하지 않는 오리지널이야. 그러니 너는 남을 흉내 내는 짭이 아니라 너만의 오리지널로 살아야 해.” 키를 키우려는 비정상적인 욕망 역시 결국 남들이 정한 기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짭의 인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외모의 기준은 타인이 정하는 것이지만, 내면의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딸에게 전한 메시지처럼, 우리 아이들이 남이 정한 외모의 기준을 쫓기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빛을 발하는 오리지널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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