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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슈거’에 관한 오해와 진실

요즘 마트의 음료 코너에 가면 거의 모든 진열대에 ‘제로’라는 글자가 붙어 있습니다. 콜라부터 사이다, 막걸리, 아이스크림까지. 설탕을 빼고 만들었다는 걸 내세우는 제로 슈거(Zero Sugar) 제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제로 슈거 음료 시장은 2018년 1,630억 원에서 2024년 1조 2,780억 원 규모로 7배 넘게 커졌습니다. 칼로리는 없고 단맛은 있으니 건강에도 좋고 살도 빠질 거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는 2014년 207만 명에서 2024년 360만 명으로 73% 늘었습니다. 특히 20~30대 환자는 80%나 증가했지요. 비만율도 꾸준하게 오르더니 급기야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이라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제로 슈거 음료가 우리를 구원해 줄 것 같았는데 정작 대사질환은 더 가파르게 늘고 있는 셈입니다. 무언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제로 슈거를 둘러싼 흔한 오해를 짚어보겠습니다. 단맛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로 슈거’, 넌 정체가 뭐니?

제로 슈거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아는 분은 의외로 적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로 슈거는 ‘설탕이 거의 없다’는 뜻이지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식품 표시 기준상 100mL 또는 100g당 당류가 0.5g 미만이면 무설탕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맛을 없앨 수는 없으니,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 바로 대체 감미료입니다.

국내 제로 슈거 제품에는 약 일곱 종류의 감미료가 주로 쓰입니다. 설탕보다 200배 단맛을 내는 아세설팜칼륨, 600배에 달하는 수크랄로스, 그 외에도 아스파탐과 사카린 등이 적은 양으로 강한 단맛을 내는 고감미도 감미료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알룰로스처럼 몸에 흡수되어도 칼로리를 거의 내지 않는 기능성 당과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말티톨처럼 당 분자 구조의 일부를 바꾼 당알코올이 더해지지요. 설탕의 수백 분의 일만 넣어도 같은 단맛이 나니 칼로리는 거의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감미료들이 우리 몸에서 설탕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일부는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며, 일부는 장 속에 사는 미생물과 반응하고, 또 일부는 혀와 뇌의 단맛 수용체만 자극한 뒤 사라집니다. 설탕을 뺀 자리에 무엇이 들어왔는지 알아야 제로 슈거 음료의 효과와 한계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칼로리가 0이면 체중도 빠질까요?

제로 슈거 음료의 가장 큰 매력은 ‘0kcal’라는 숫자입니다. 마셔도 살이 안 찐다는 약속처럼 들리지요. 그러나 장기 추적 연구들은 다른 결과를 보여 줍니다. 인공감미료가 든 음료를 자주 마시는 사람일수록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체중이 더 늘고 허리둘레가 커지는 경향이 보고됐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강렬한 단맛은 췌장에 인슐린 분비 신호를 보내지만 실제 당이 들어오지 않으니 몸은 혼란을 겪고 식욕을 조절하는 회로가 흐트러집니다. 둘째, ‘제로니까 괜찮다’는 심리적 면죄부가 다른 음식 섭취량을 늘립니다. 결국 하루 총칼로리는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납니다. 음료의 0kcal가 식단의 0kcal까지 보장하지는 않는 것이지요.

혈당이 안 오르니 당뇨에도 안전할까요?

제로 슈거 음료는 마셔도 혈당이 거의 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뇨 환자에게도 권할 만하다고 흔히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는 2023년 ‘비설탕 감미료 가이드라인’에서 283편의 연구를 검토한 뒤, 인공감미료의 장기 섭취가 2형 당뇨병 위험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을 발표했습니다.

핵심 기전은 장내 미생물의 변화입니다. 우리 장 속에는 수십조 마리의 세균이 살면서 소화와 면역에 관여하는데, 사카린,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같은 감미료가 이 세균 구성을 바꾸어 혈당을 다루는 능력, 곧 인슐린 저항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혈당이 즉시 오르지 않는다는 단기 지표와 당뇨 위험이 낮아진다는 장기 결과는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당뇨를 진단받은 분이라면 제로 슈거라는 문구에 안심하기 보다는 의료진과 상의해 섭취량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천연 감미료라면 인공보다 안심해도 될까요?

스테비아, 알룰로스처럼 ‘식물 유래’ 또는 ‘천연’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감미료가 늘고 있습니다. 인공 합성 감미료보다 안전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런데 그 천연이라는 말에 담긴 뜻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의미는 한 때 자연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고, 다르게 말하면 현재는 인공적인 생산물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굳이 천연이라는 말을 붙여서 이미지 세탁을 하는 거지요. 우리가 사과나 딸기에 천연이라는 문구를 붙이지는 않는다는 걸 떠올려보세요. 또 한편으로는, 천연이라는 출처가 곧 건강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담배도 천연 식물에서 나온 산물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스테비아는 비교적 안전성 자료가 축적된 편이지만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같은 당알코올은 다량 섭취 시 배에 가스가 차거나 설사를 일으키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에리스리톨이 혈액 속에 많이 남아 있는 사람일수록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사건이 더 잘 생긴다는 관찰 연구도 보고됐습니다. 천연이든 인공이든 새로운 물질을 우리 몸에 매일 들이붓는 행위는 잠재적인 위험을 수반할 수 밖에 없지요..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성,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2023년 국제암연구소가 천연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했다는 보도가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이 기사가 나간 후 많은 분이 제로 콜라를 끊겠다고 결심하는 걸 보았습니다. 그러나 분류의 의미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암연구소는 발암 가능성을 네 단계로 나눕니다. 1군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충분히 확인된 물질로, 담배와 가공육이 여기에 속합니다. 2A군은 사람에서의 증거는 제한적이지만 동물 실험 등에서 가능성이 충분히 시사되는 경우로, 붉은 고기와 고온의 튀김류가 포함됩니다. 2B군은 사람에서의 증거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치 않은 단계로, 알로에 베라 추출물, 김치 같은 절임 채소, 가솔린 엔진 배기가스가 같은 등급에 놓여 있습니다. 마지막 3군은 발암성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한 경우입니다.

아스파탐이 분류된 2B군은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지만 인체 증거가 제한적’이라는, 가장 가벼운 수준의 경고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같은 날 발표한 FAO/WHO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는 체중 1kg당 하루 40mg이라는 기존 일일섭취허용량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70kg 성인이 매일 다이어트 음료 9~14캔을 마셔야 도달하는 양입니다. 합리적 경계와 과장된 공포는 구분해야 합니다.

아이 입맛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아이가 단 것을 찾을 때 설탕 음료 대신 제로 슈거 음료를 주는 부모가 많아졌습니다. 충치도 덜 생기고 비만도 막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는 어린이의 체중 조절이나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인공감미료를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성장기에 강한 단맛에 길들면 미각이 점점 둔감해져서, 자연식품의 은은한 단맛에 만족하지 못하는 입맛이 형성됩니다. 채소와 과일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랄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게다가 어린이의 인공감미료 장기 노출 자료는 어른보다 훨씬 부족합니다. 사실상 미지의 영역이라는 말이지요. 그러니 아이들에게만큼은 가장 순수하고 건강한 음료, 물을 권해 주세요.

매일 여러 캔, 뇌에는 어떤 흔적을 남길까요?

제로 슈거 음료를 하루에 두세 캔, 많게는 네다섯 캔씩 마시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칼로리가 없으니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2025년 신경학회지에 실린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는 중장년 1만 2천여 명을 8년간 추적한 결과, 인공감미료 섭취가 가장 많은 그룹은 가장 적은 그룹보다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랐다고 보고했습니다.

연구진은 60세 미만에서 이 연관성이 더 뚜렷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젊은 시절의 누적 노출이 노년의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콜라형 제로 슈거 음료에는 카페인과 인산이 들어 있어 칼슘이 뼈에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고 위 점막을 자극합니다. 단맛을 빼더라도 음료 자체가 건강식은 아닙니다. 과하게 마셔서 좋을 게 없지요.

‘무가당’과 ‘제로 슈거’는 같은 뜻일까요?

앞서 살펴보았듯, 식품 표시에서 ‘제로 슈거’와 ‘무설탕’은 사실상 같은 기준을 따르지만, ‘무가당’은 의미가 다릅니다. 무가당은 가공 과정에서 당을 인위적으로 첨가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사과 주스처럼 과일에서 우러난 천연 당분이 들어 있어도 무가당 표기는 가능합니다.

또한 제로 표시 제품이라도 액상과당이나 농축 과즙, 전분을 분해해 만든 말토덱스트린 같은 형태로 당류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 혼동을 줄이기 위해 제로 슈거 표기 시 ‘감미료 함유’를 함께 표시하도록 개선했습니다.

단맛을 줄이는 작은 시도

제로 슈거는 설탕 섭취를 줄이는 과도기적 수단으로서는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만능 해결책은 아닙니다.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에 의존하는 것은 본질을 그대로 둔 채 형태만 바꾸는 일과 다름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향은 단맛 자체에 대한 의존을 조금씩 낮추는 것입니다. 음료 대신 물이나 보리차를 늘리고, 후식은 제철 과일로 대체하며, 커피의 시럽을 줄여 보세요. 특히 부모라면 아이에게도 어른의 입맛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제로 슈거 제품의 가장 큰 함정은 ‘제로 슈거니까 안심’해도 된다는 자기 확신입니다. 영양성분표에서 당류 함량을 확인하고, 원재료명에 적힌 감미료의 종류와 그 영향을 알고 마시는 것은 같은 음료 한 캔을 마시더라도 전혀 다른 행위입니다. 라벨 뒤편을 읽는 5초가 단맛에 끌려가던 입맛을 내가 다스리는 입맛으로 바꾸어 줍니다.

참고 자료

  1.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4). 당뇨병 진료현황 통계.
  2. 질병관리청. (2025). 2024 지역사회건강조사 비만율 심층분석.
  3.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3). Use of non-sugar sweeteners: WHO guideline.
  4. IARC. (2024). IARC Monographs Volume 134: Aspartame, Methyleugenol, and Isoeugenol.
  5. Gonçalves, N. G., et al. (2025). Consumption of low- and no-calorie sweeteners and cognitive decline. Neurology.
  6. Witkowski, M., et al. (2023). The artificial sweetener erythritol and cardiovascular event risk. Nature Medicine.
  7. Suez, J., et al. (2022). Personalized microbiome-driven effects of non-nutritive sweeteners on human glucose tolerance. C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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