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는 원래 무기를 들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몸짓이었습니다. 빈손을 내밀어 적의가 없다는 뜻을 전했지요. 수천 년이 지난 지금, 그 빈손은 하루 종일 바쁩니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문손잡이를 돌리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다가, 반가운 사람 앞에서 같은 손을 내밉니다. 체온과 반가움이 오가는 사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함께 건너갑니다.
5월은 유독 손을 많이 잡는 달입니다. 어버이날엔 부모님 손을 꼭 쥐고, 연휴엔 오랜 친구와 반갑게 악수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맘때면 유난히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안과 의사들입니다. 손을 많이 잡는 계절에, 정작 고생하는 건 손이 아니라 눈입니다. 왜 그럴까요.
유행성 결막염이란
유행성 결막염은 아데노바이러스가 눈의 결막에 침투하면서 시작됩니다. 결막은 눈꺼풀 안쪽을 뒤집어보면 보이는 붉은 점막, 그리고 흰자위를 덮고 있는 투명한 막입니다. 눈이 바깥세상과 만나는 첫 번째 방어막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바이러스가 이 경계를 넘으면 면역 세포가 몰려들면서 혈관이 확장되고, 충혈과 이물감이 시작됩니다. 곧이어 눈물과 눈곱이 따라오고, 심한 경우 염증이 결막을 넘어 각막까지 번지기도 합니다.
전파 경로는 단순합니다. 악수한 손으로 눈가를 비비는 것, 감염자와 수건이나 안약을 함께 쓰는 것, 그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잠복기는 5일에서 14일. 본인이 감염된 사실을 모르는 채 일상을 보내는 동안, 바이러스는 이미 다음 사람에게 넘어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이 품은 불청객
나들이 인파가 몰리는 공원, 가족이 모이는 밥상, 악수와 포옹이 오가는 동창 모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장 좁아지는 이 계절에 아데노바이러스는 얄미우리만치 조용하고 부지런합니다.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돌아온 뒤 눈이 빨개졌다면, 부모님께 전해드린 것이 꽃만은 아니었을 수 있지요.
고속버스 터미널의 손잡이부터 휴게소 화장실 문까지, 연휴의 들뜬 동선 위에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가 겹칩니다. 전파력이 강해 가족 중 한 명이 걸리면 순식간에 온 집안으로 번지고, 학교나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행성이라는 수식어는 괜히 붙은 것이 아닙니다.
결막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이유
왜 하필이면 결막일까요. 피부에는 각질이라는 단단한 겉껍질이 있어서 웬만한 침입자를 막아냅니다. 결막에는 이 방패가 없습니다. 덕분에 눈은 빛과 색을 선명하게 받아들이지만,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문이 열려 있는 집이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우리 눈에도 나름의 대비는 있습니다. 눈물 속의 라이소자임 효소가 이물질을 분해하고, 깜박임이 그것을 씻어내지요. 하지만 아데노바이러스는 세균보다 훨씬 작아서 이 그물망을 빠져나갑니다. 게다가 외부 환경에서도 수주간 생존할 만큼 껍질이 단단합니다. 타고난 방어선만 믿기에는 상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유행성 결막염에 걸렸을 때 흔한 실수들
눈이 충혈되면 소금물이나 생리식염수로 씻어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데노바이러스는 씻어서 떨어져 나갈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씻는다는 안심이 눈을 더 자주 만지게 하고, 그때마다 손과 눈 사이의 접촉이 늘어납니다. 안약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처방받은 안약이라도 가족끼리 돌려쓰는 순간, 점안기 끝에 묻은 바이러스가 다음 사람의 눈으로 옮겨갑니다. 그리고 혹시 옮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 눈을 손으로 확인하는 순간, 그 손이 다시 다른 곳을 만집니다. 걱정이 전파의 고리를 잇는 셈입니다.
약국에서 충혈용 안약을 사서 넣는 것도 흔한 실수입니다. 이런 안약은 혈관을 잠시 조여서 눈을 하얗게 보이게 할 뿐입니다. 화장으로 멍을 가리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바이러스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증상이 가려진 사이 감염은 계속 진행되고, 본인은 나았다고 착각한 채 주변 사람들과 접촉을 이어갑니다.
유행성 결막염에 걸렸다면
유행성 결막염은 바이러스성 질환이므로 항생제는 효과가 없습니다.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안약도 아직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치료의 핵심은 우리 몸의 면역이 바이러스를 이길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입니다. 의사가 하는 일은 그 사이 환자가 덜 괴롭도록 돕는 것이지요.
가장 기본적인 처치는 인공눈물입니다. 자주 넣어 눈 표면의 바이러스 농도를 희석시키고, 건조해진 결막을 보호합니다. 냉찜질은 부기와 열감을 줄여주는데, 깨끗한 거즈에 차가운 물을 적셔 눈 위에 올려두면 됩니다. 온찜질은 오히려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차갑게 해야 합니다. 양쪽 눈에 같은 거즈를 쓰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길 수 있으니 따로 쓰는 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충혈과 가려움이 심하면 안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안과에서는 염증의 원인에 접근하는 처방 점안제를 사용하며, 세균의 이차 감염이 겹치는 경우에 한해 항생제 안약을 쓰기도 합니다. 주의해야 할 합병증은 각막 혼탁입니다. 시야가 뿌옇거나 빛 번짐이 느껴지면 반드시 안과를 찾아야 합니다.
회복까지는 보통 2주에서 3주 정도 걸립니다. 그 동안은 수건과 세면도구를 혼자 쓰고, 수영장과 목욕탕은 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행 중이라면 호텔 수건도 따로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나았다 싶어도 증상 시작 후 약 2주까지는 전염력이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눈곱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줄여야 합니다.
반가운 마음을 나누기 전에
유행성 결막염의 예방은 어렵지 않습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자주 씻고, 눈을 손으로 만지는 습관을 줄이는 것. 이 두 가지가 전부입니다. 특별한 약도, 값비싼 장비도 필요 없습니다. 가장 단순한 습관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악수의 역사는 신뢰의 역사입니다. 빈손을 내밀어 해칠 뜻이 없음을 보여주던 시대에, 깨끗한 손은 곧 깨끗한 마음이었습니다. 5월의 나들이 길에서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손을 내밀기 전에, 먼저 깨끗이 씻는 것. 상대를 반기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 손만큼은 깨끗해야 하겠지요. 5월의 햇살은 눈이 부십니다. 그 눈부심을 충혈 없이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계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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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유행성 결막염 때문에 고생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