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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사유하고 싶다면 읽어야 할 책 다섯 권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한다. 내가 없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천장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는데 오히려 그런 생각이 찾아오는 밤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 시간에 의미가 있었을까. 사랑하는 가족들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막상 그 생각과 마주하면 답을 알 수 없다는 막막함이 먼저 온다. 유한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따라온다. 이 다섯 권은 그 물음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붙들고 앉아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죽음과 죽어감

책 죽음과 죽어감 표지 On Death and Dying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Elisabeth Kübler-Ross)의 죽음과 죽어감 (On Death and Dying)은 현대 죽음학의 토대를 마련한 책이다. 의대 시절 DABDA라는 약어로 접했던 바로 그 책이다.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그 약어에 담기지 않은 것이 더 많았다. 저자는 시한부 환자 수백 명과 인터뷰하면서 내내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가르친 것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었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5단계가 아니라 희망이었다. 저자는 죽음의 5단계를 표로 시각화하면서 부정에서 수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희망의 영역으로 정의한다. 우리가 만난 모든 환자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사람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것. 그 사실이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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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책 표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제목과 나뭇잎 이미지

1999년 겨울, 대학생이 된 나를 아버지가 서울 도심으로 데려갔다. 서울역 광장에서 헌혈을 마치고 빵을 먹는 노숙자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아버지가 조용히 물었다. 불쌍해 보이냐고. 그렇다고 했더니 아버지는 말했다. 저 사람들이 배고파서 헌혈한 피가 네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의료를 바라보는 눈이 그 자리에서 달라졌다.

외과 의사로 공공병원에서 일하면서 홀로 임종을 맞는 이들을 종종 지켜봤다. 연락할 사람이 없다는 환자의 말만큼 잔인한 것이 없다. 더 나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꼬리를 물었다. 아툴 가완디 (Atul Gawande)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Being Mortal)는 그 물음에 가장 정면으로 답하는 책이다. 좋은 죽음은 의학적으로 완벽한 죽음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맞이하는 죽음이다. 가족의 임종을 앞두고 있다면 지금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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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책 표지

대학원 시절, 스타트업 창업, 레지던트 수련. 좌절이 반복되던 시기마다 나를 다시 일으킨 것은 나를 지켜보는 가족이었다. 부모님, 동생, 아내, 딸. 빅터 프랭클 (Viktor Frankl)의 로고테라피 (Logotherapy)에 따르면 그게 바로 내 삶의 의미였던 셈이다.

프랭클은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Man’s Search for Meaning)는 그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헤어진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고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가 다음 날 시신이 되어 나가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자유만은 빼앗기지 않았다고 그는 말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니체의 말을 인용한 이 문장 하나가 이 책의 전부다.

더 보기: https://shinthesis.com/죽음의-수용소에서/

숨결이 바람 될 때

나도 의사이고 책을 한 권 썼다. 환자이자 의사로서의 삶, 그리고 딸을 생각하며 쓴 책이었다. 그래서 폴 칼라니티 (Paul Kalanithi)의 마음이 여러모로 가깝게 느껴졌다. 그는 신경외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교수 제안까지 받은 시점에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의사의 일을 했다. 그리고 이제 막 태어난 딸을 위해 이 책을 썼다.

내가 책에서 말하려 했던 것이 삶에 대한 희망이었다면, 칼라니티는 그 삶조차 내려놓아야 하는 죽음을 정면으로 썼다. 내가 가늠할 수 없는 경지였다. 숨결이 바람 될 때 (When Breath Becomes Air). 제목 그대로다.

더 보기: https://shinthesis.com/숨결이-바람-될-때/

이방인

이방인 표지

어릴 적 병원 침대에 누워 던지던 질문이 있었다. 내가 무슨 죄가 있기에. 술도 담배도 하지 않았는데 왜 어른도 감당하기 버거운 병을 앓아야 하는가. 억울했다. 그런데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의 이방인 (L’Étranger)을 읽으며 깨달았다. 그 억울함 자체가 부조리였다. 세상이 마땅히 어떠해야 한다고 기대하는 마음과 실제 세상의 차이에서 부조리가 생긴다. 형벌이 아닌데 형벌이라고 생각하니 억울한 것이다.

사형을 앞둔 뫼르소는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처음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누군가의 동의 없이도, 스스로 선택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카뮈는 말한다. 부조리는 비극이 아니라 삶을 이어갈 힘의 원천이라고. 죽음을 사유하는 책 중에서 가장 역설적으로 삶을 긍정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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