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산광역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자체 감염병 대응 실무자 교육’을 진행했다. 부산 각 구의 보건소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로, 그들 중에는 평소 감염병 업무를 직접 맡지 않는 사람도 꽤 있었다. 아니, 사실은 감염병을 직접 담당하고 있지 않은 바로 그 공무원들을 위해 준비한 강의였다. 보건소라는 곳이 원래 그렇다. 감염병이 한 번 터지면 누가 무슨 부서 소속인지를 따질 겨를이 없어진다. 신고 전화를 받고, 역학조사를 나가고, 환자에게 전화를 거는 그 모든 일에 결국 보건소 직원들이 모두 함께 매달리게 된다. 그러니 평소 업무가 감염병이 아닌 사람이라도, 언제든 그 일이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만은 늘 한쪽에 두고 있어야 한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시절이 있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나는 부산광역시청으로 복직해 역학조사관으로 일했다. 감염병 신고가 들어왔을 때 ‘사례 정의’를 어떻게 잡는지, 감염원 추적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검체 채취를 하기 위해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그 전까지 해오던 일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그때 옆자리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주셨던 선배 공무원들이 있었다. 그분들이 전수해 준 매뉴얼과 경험이 없었다면 한참을 헤맸을 것이다. 강의안을 다듬다 보니 그때 그분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고,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강의는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 가운데 ‘처음 그 자리에 앉았던 시절의 나’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마음에 두고 준비했다. 1부에서는 법정감염병의 정의와 분류, 감시 체계, 역학조사의 기본 원리를 다뤘다. 2부에서는 OX 퀴즈 열 개와 사례 연구 다섯 개로 실제 현장에서 부딪힐 만한 상황들을 함께 짚어 보았다. 잠복기 전파, 본인 확인 요구의 법적 근거, 정보 공개의 한계, 검사 거부 환자 설득, 미등록 외국인 커뮤니티 접근, 보고서 작성의 방어 논리까지. 머리로 아는 것과 손이 움직이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강의를 진행했다.
특히, 올해는 한 가지 새롭게 시도해 본 것이 있다. 강의 끄트머리에 QR코드를 하나 띄웠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언제든 찾아 볼 수 있도록 만든 ‘감염병 초기 대응 가이드’ 페이지로 이어지는 주소였다. 오늘 강의를 들었던 직원들이 각자 자리로 돌아간 뒤, 실제로 감염병 의심 신고 전화가 걸려 오는 그 순간 이 강의 내용이 또렷이 떠오르기는 쉽지 않다. 처음 그 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어떤 막막함을 느끼는지 나도 겪어 봤기에 잘 안다. 가이드는 바로 그런 순간에 곁에 두고 한 줄씩 따라가 볼 수 있도록 정리해 둔 것이다. 강의를 할 때마다 사후에 곁들일 만한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는데, 이번에 비로소 모양을 갖춰 처음으로 내어 놓을 수 있었다. 이 가이드가 부산 어느 보건소에서 한 통의 전화 앞에 잠시 머뭇거리는 동료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번 강의는 비로소 마무리되는 셈이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잠깐 걸음을 멈췄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은,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자리라기보다 서로의 경험을 주고받는 소통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내가 예전에 받았던 도움 일부를 돌려준 셈이고, 자리에 앉아 강의를 들었던 누군가는 또 자신의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그것을 돌려줄 것이다. 감염병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다만 그때마다 옆자리에 누군가 함께 있어 주는 것, 그게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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