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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건강 정보에 관한 오해와 진실

지난 몇 년 사이에 건강 정보를 찾는 방법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포털이나 검색 사이트가 주로 쓰였지만, 어느새 챗봇 대화창이 대세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국내 조사에서도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이미 챗GPT를 써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검색어를 고민해 입력하고 여러 결과 페이지를 오가며 비교하지 않아도, 깔끔하게 정리된 답을 곧바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깔끔하게 정리된 답이 곧 정답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매끄러운 문장은 꽤나 그럴듯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맞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오늘은 AI 건강 정보를 둘러싼 흔한 오해 일곱 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AI를 멀리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명하게 쓴다면 AI는 분명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요. 이미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온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출처까지 달아 주는데 믿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 AI는 답 끝에 참고한 자료의 링크나 논문 제목을 함께 보여 줍니다. 근거를 갖춘 듯 보이니, 의학 교과서나 보건 당국의 공식 자료처럼 받아들이게 되지요.

그러나 그 출처가 틀린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의학 학술지 BMJ Open(영국의학저널 오픈)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AI가 내놓은 근거 자료의 60% 가까이가 불완전했고 상당수는 어디에도 없는 논문이었습니다. AI가 그럴듯한 제목과 저자 이름을 지어내 붙인 것입니다.

한 스웨덴 연구자는 ‘빅소니마니아’라는 가짜 병명을 만들어 여러 챗봇에 물었습니다. 주요 AI가 하나같이 이를 실재하는 질환처럼 설명했고, 어떤 챗봇은 9만 명 중 한 명이라는 유병률까지 제시했습니다. AI는 ‘모른다’고 답하기보다 빈자리를 그럴듯한 말로 채우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AI는 객관적이지 않을까요?

AI는 참 공정해 보입니다. 사심이 없어 보이지요. 어쩌면 그렇게도 양쪽 의견을 고르게 보여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검색 엔진이나 포털과 달리 광고도 없으니, 돈 욕심마저 없어 보입니다. 여러모로 사람보다 객관적인 듯하지요.

그러나 잠시 감탄을 가라앉히고, AI가 무엇을 목표로 움직이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AI는 사용자를 돕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리고 잘 도와주었는지는 사용자가 답에 만족했는지로 판가름 납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사실을 바로잡기보다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지요.

가령 ‘감기에는 어떤 항생제를 먹어야 할까요?’처럼 잘못된 전제를 깔고 물으면, AI는 그 전제를 바로잡기보다 맞장구를 치며 그럴듯한 근거를 덧붙이기도 합니다.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이라 항생제가 듣지 않는데도 말이지요. AI가 내 생각에 선뜻 동의할 때, 오히려 한 번 더 의심해야 합니다.

게다가 AI의 답은 물을 때마다 달라지고, 정확도도 들쭉날쭉합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1,300명에게 두통이나 산후 피로 같은 상황을 주고 AI에게 조언을 구하게 했더니, 쓸 만한 답과 위험한 답이 뒤섞여 나와 어느 쪽을 믿을지 가려내기 어려웠습니다.

2026년 BMJ Open에 실린 같은 연구에서는 AI 챗봇의 건강 답변 가운데 49.6%가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했습니다. 절반은 쓸 만하고 절반은 위험하다면, 그 답을 그대로 따르는 일은 동전 던지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유튜브에서 의사가 추천하는 건강기능식품, 믿어도 될까요?

진료실을 배경으로 가운을 입은 중년 의사가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설명합니다. 말에 흔들림이 없으니 시청자는 그 권유를 믿습니다. 그런데 흔들림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아차, AI가 만든 가짜입니다.

요즘 AI가 생성한 의사 사칭 동영상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가상의 의사를 내세워 비타민C와 효모 식품을 ‘역노화’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업체가 9개월간 65만 개, 81억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어떤 유튜브 채널은 실존 의대 교수의 얼굴을 합성해 ‘심근경색이 오면 강하게 기침하라’는 영상을 올렸는데, 의학적으로 틀린 내용인데도 일주일 만에 조회수 100만 회를 넘겼습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노인 건강 인기 영상 100건을 분석했더니 42건이 AI로 제작한 영상이었고, 그중 24건은 가짜 전문가를 앞세웠습니다. 실제 전문가가 나온 영상은 6건뿐이었지요. 영상 한 편 만드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니 이런 광고는 끝없이 쏟아집니다. 식약처는 2026년 가상 인물을 내세운 허위광고를 규제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습니다.

AI가 알려준 약, 사 먹어도 될까요?

증상을 적으면 AI는 약 이름과 복용량까지 숫자로 짚어 줍니다. 거침없는 답변에 믿음이 갑니다. 그대로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이지요.

그러나 약물 정보는 AI가 특히 자주 틀리는 영역입니다. 한 연구에서 챗봇에게 환자 맞춤 약물 상담을 맡겼더니, 용량을 잘못 안내하거나 함께 먹으면 위험한 약의 조합을 빠뜨리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약물 정보가 건강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AI가 답하는 용량은 ‘보통 이 정도’라는 평균값일 뿐입니다. 그 약이 내 콩팥 기능이나 지금 먹는 다른 약과 맞는지는 따지지 못합니다. 같은 약도 사람마다 적정량이 다릅니다. 아무리 AI가 알려준 약이라도 복용 전에 의사나 약사에게 확인받아야 하는 이유이지요.

병원에 가야 할지, AI에게 먼저 물어봐도 될까요?

한밤중에 아이가 고열로 끙끙대면 부모는 애가 탈 수밖에 없습니다. AI는 아무리 늦은 시각이라도 투덜거림 하나 없이 즉시 답합니다. 응급실까지 가야 할 일인지 애매할 때, 먼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럽지요.

그러나 바로 이 순간 AI는 또 다른 위험을 부를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의 마운트 시나이 연구진이 챗봇의 응급 판단을 검증했더니, 실제 응급에 해당하는 사례의 52%를 ‘급하지 않다’는 쪽으로 잘못 안내했습니다. 절반이 넘는 위급 상황에서 환자를 응급 진료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것입니다.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 한쪽 팔다리의 마비, 갑자기 어눌해진 말. 이런 신호 앞에서는 챗봇에 묻는 몇 분이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듭니다. 다급할수록 AI 앱이 아니라 119를 먼저 눌러야 합니다.

증상을 꼼꼼하게 입력하면 무슨 병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증상을 빠짐없이 적어 넣으면 AI가 병명까지 짚어 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자기 증상을 길게 입력해 ‘무슨 병이냐’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의사의 역할 가운데 환자의 궁금증에 답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되묻기입니다. 같은 두통이라도 의사는 통증이 시작된 시점, 아픈 부위, 함께 나타난 열이나 구토 여부를 차례로 확인합니다. 그 물음들이 환자도 미처 떠올리지 못한 단서를 끌어내고, 그 단서가 진단을 가릅니다.

AI는 사용자가 적어 넣은 정보 안에서만 답합니다. 물론 요즘 AI는 부족한 부분을 되묻고 더 꼼꼼히 판단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와 마주 앉아 표정과 자세까지 살피는 진료를 AI가 대신하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AI에게 털어놓은 민감한 개인 정보, 안전할까요?

사람에게 말하기 껄끄러운 증상도 AI에게는 편하게 털어놓게 됩니다. 상대가 기계이니 부끄러울 일도 없고, 자세히 적을수록 정확한 답이 돌아올 것 같으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병력과 복용 중인 약, 검사 수치까지 거리낌 없이 입력합니다.

그러나 한번 입력한 정보가 그 화면 안에만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대화 내용은 서버에 저장되어 모델을 개선하거나 답을 개인화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건강 정보는 법이 따로 보호하는 민감정보인데, 정작 우리는 그것을 가장 손쉽게 내어 주고 있는 셈이지요.

게다가 주요 AI 기업들은 2026년부터 대화창에 광고를 붙이기 시작했고, 그 시범 대상에 한국도 포함되었습니다. 지금은 건강처럼 민감한 주제를 광고에서 다루지 않지만, 정책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이름과 병명을 한자리에 적지 않고, 민감한 상담에는 기록이 남지 않는 대화 모드를 쓰는 작은 습관이 내 건강 정보를 지켜 줍니다.

AI에게 건강을 물을 때

AI로 건강 지식을 배우고 도움을 얻는 흐름을 굳이 거스를 필요는 없습니다. 제 몸을 알려는 마음, 의사의 말조차 따져 듣겠다는 태도는 건강을 지키는 바탕이 되지요.

다만 정보가 어디서 왔든 마지막 판단은 사람의 몫입니다. 세 가지를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AI가 알려준 정보를 그대로 따르기 전에 의사나 약사에게 확인하기. 영상 속 의사가 특정 제품을 권하거든 그가 실존 인물인지부터 의심하기. 그리고 AI가 내 생각에 선뜻 맞장구칠 때 오히려 한 발 물러서서 다시 생각하기.

내가 원하는 답과 내게 필요한 답이 늘 같지는 않습니다. 그 둘을 가려내는 일만큼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할 몫이겠지요.

참고 자료

  1. 한국건강증진개발원. (2026). 유튜브 노인 건강정보 영상 분석 결과.
  2. 식품의약품안전처. (2026). 생성형 AI·딥페이크 악용 식품 허위광고 단속 결과 및 관련법 개정.
  3. Tiller NB, Marcon AR, Zenone M, et al.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driven chatbots and medical misinformation: an accuracy, referencing and readability audit. BMJ Open. 2026;16(4):e112695.
  4. Bean AM, Parsons G, Kirk HR, et al. Oxford Internet Institute & Nuffield Department of Primary Care Health Sciences, University of Oxford. Nature Medicine. 2026.
  5. Ramaswamy A, et al. ChatGPT Health performance in a structured test of triage recommendations. Nature Medicine. 2026. doi:10.1038/s41591-026-04297-7.
  6. Shiferaw MW, Zheng T, Winter A, et al. Assessing the accuracy and quality of AI chatbot-generated responses in patient-specific drug-therapy and healthcare-related decisions. BMC Med Inform Decis Mak. 2024;24:404.
  7. Osmanovic Thunström A. 가짜 질병 ‘빅소니마니아’ 실험(University of Gothenburg); Nature 보도, 2026.
  8. OpenAI. (2026). ChatGPT 광고 도입 및 접근성 확대 방침(Our approach to advertising and expanding access). 
  9. 컨슈머인사이트. (2025). 2025년 하반기 이동통신 기획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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