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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역할이 어렵다고 느낄 때 읽어야 할 책 다섯 권

올해 3월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이 법으로 금지됐다.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된 것이다. 사실 같은 내용은 2023년 9월부터 교육부 고시로 적용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법적 근거가 생겼다. 해외도 비슷한 흐름이다. 미국은 절반이 넘는 26개 주가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을 도입했고,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모든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 반년이 지난 지금, 현장의 고민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법이 정한 것은 ‘수업 중’뿐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여분의 공기계를 제출하고 진짜 스마트폰은 몰래 쓰거나, 교육용 태블릿의 사용 제한을 우회하는 사례도 나온다. 게다가 서울 초·중·고교 1,311곳 가운데 872곳(66.5%)은 소지를 허용하되 수업 중 사용만 금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법은 교실 문 앞까지만 와 있는 셈이다. 나머지는 여전히 집에서, 부모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언제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 줄지, 떼쓰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건넬지, 공부는 어떻게 시작하게 할지, 어느 것 하나 정답이 없다. 그래도 근거를 갖고 방향을 잡을 수는 있다. 여기 다섯 권이 그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불안 세대

『불안 세대』 한국어 번역판 책 표지. 스마트폰 화면에서 이모지들이 흘러나오는 디자인.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나도 아이에게 언제 스마트폰을 줄지 오래 고민했다. 그래서 딸이 3학년이 된 어린이날부터 절충안을 택했다. 스마트폰 대신 전화 통화가 되는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채워 준 것이다. 시선을 빼앗을 화면은 줄이고, 필요할 때 부모와 연락할 수단은 남겼다. 하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이미 반 친구 몇몇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녔고, 딸은 엄마 아빠가 잠깐 눈을 붙인 사이 손가락 지문을 빌려 잠금을 풀 만큼 스마트폰의 재미를 알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교육부 고시 해설서는 수업 중 사용이 제한되는 기기에 스마트워치까지 포함하고 있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Jonathan Haidt)는 2010년 전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퍼지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질환이 늘어난 현상을 통계로 짚어 간다. 특히 10대 여학생 사이에서 우울과 불안이 크게 늘었다. 그는 부모가 현실 세계에서는 아이를 과하게 보호하면서, 정작 가상 세계에서는 아이가 무엇을 보고 누구와 소통하는지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그가 내놓는 처방은 ‘더 많은 현실 세계의 경험’과 ‘더 적은 화면 경험’이다.

물론 스마트폰과 정신건강 사이의 인과관계를 두고는 학계의 반론도 있다. 그럼에도 저자의 제안은 구체적이어서 쓸모가 있다. 특히 ‘부모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다룬 12장에서 저자는 0세부터 18세까지를 세 연령대로 나눠 제안을 내놓는다. 나는 그중 6~13세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전체 화면 시간에 매달리기보다 대면 활동과 잠을 최대한 늘리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쥐여 줄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 저자가 맺음말에 정리한 네 가지 원칙 가운데 첫 번째가 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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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천재성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아이의 천재성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책 표지. 토드 로즈, 캐서린 엘리슨 지음, 윤영삼 옮김. 원제 Square Peg.

토드 로즈 (Todd Rose)는 학창 시절 이른바 문제아였다. 심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고, 결국 18살에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자친구가 임신하면서 일찍 가정을 꾸렸다. 이후 2년 동안 최저임금 일자리를 열 군데 넘게 전전했고, 두 아이를 복지수당에 기대어 키웠다. 스물한 살에야 검정고시를 통과해 야간 대학에 등록했는데, 거기서 뜻밖에 학자로서의 잠재력을 발견한다. 학교에서는 부적응으로 비쳤던 권위에 대한 반항이 통념에 얽매이지 않는 학자의 자질이 됐고, 한 과제에 진득하게 붙어 있지 못하는 기질은 늘 새것을 찾아 나서는 탐구심으로 인정받았다. 그렇게 그는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가 됐다.

이렇게만 보면 흔한 인생 역전 이야기 같다. 하지만 저자가 보여주려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환경의 힘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잠재력을 꽃피울 수도, 평생 그 힘이 있는 줄도 모른 채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제 Square Peg에 그 메시지가 담겨 있다. 둥근 구멍에 맞지 않는 네모난 못이라는 뜻으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관용구다. 여기서 짚을 점은 못의 모양이 네모난 것이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 둥근 구멍과 맞지 않을 뿐이다.

책을 읽으며 나의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몸이 약해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했던 나는 체육 시간이면 운동장 구석에서 나뭇가지로 바닥에 줄을 그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3학년 때 갓 개교한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공부 꽤나 하는 모범생이 됐다. 마침 이 서평을 쓰는 동안 아내가 딸이 요즘 만화책만 본다고 걱정했다. 그때 책에서 읽은 문장이 떠올랐다. 명백히 잘못된 일이 아니라면,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을 벌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소셜미디어는 막되 만화책은 막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네모난 못 쪽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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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 사이

책 표지로, '부모와 아이 사이'라는 제목이 적힌 한국어 번역본. 배경은 분홍색과 녹색이며, 저자는 하워드 G. 가이톤입니다.

딸이 네 살이 되자 아빠 말을 부쩍 듣지 않기 시작했다. 제법 고집을 부릴 줄 알았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 꾀를 피울 줄도 알았다.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그런데 정작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고집부리는 딸이 아니었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호통치는 나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때 집어 든 책이 교육학자 하임 G. 기너트 (Haim G. Ginott)의 부모와 아이 사이다. 부모 교육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으로, 2006년에는 MBC가 이 책을 바탕으로 2부작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책의 요지를 한마디로 줄이면 ‘훈계가 아닌 공감으로 아이를 대하라’다. 이를테면 우는 아이에게 “그만 울어라”라고 하기보다 “슬픈 일이 있나 보구나”라고 감정을 먼저 어루만지라는 것이다. 밤늦도록 잠을 안 자는 아이에게도 “얼른 자라”가 아니라 “아직 잠이 안 오는가 보구나”라고 말을 건넨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어른과 어른 사이라면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도 아이 앞에서는 그 원칙이 쉽게 무너진다. 어른이 아이보다 우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는 어른보다 지식과 경험이 부족할 뿐, 감정은 오히려 더 섬세하고 예민하다. 권위적인 직장 상사에게 훈계를 들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바로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다. 결국 저자의 말은 오래된 한 문장으로 돌아간다. 상대가 어리고 약할수록 더 세심하게 지켜야 하는 바로 그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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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 독서법

공부머리 독서법 표지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도 처음 학부모가 됐다. 공부의 기본은 독서라는 생각에 주말이면 킥보드를 타자며 딸을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데려간다. 물론 늘 성공하지는 않는다. 그럴 때는 책을 한 권 뽑아 와 딸 앞에서 읽는다. 아빠가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때로는 접이식 휴대폰을 펼쳐 전자책 앱을 열기도 한다. 이것으로 유튜브만 보는 게 아니라 책도 읽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저자 최승필은 학원가에서 12년 동안 독서 논술을 가르쳐 온 독서 지도 전문가다. 이 책이 다루는 독서법은 목적이 분명하다. 학업 성취, 더 구체적으로는 수능을 포함한 대입이다. 요지는 독서로 문해력을 키우면 내신은 물론 수능과 대입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야기책과 친해지라고 권하며,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년별로 어떤 수준의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하는지 단계별로 짚어 준다. 그중 나는 스스로 ‘읽는’ 독서가 강사가 떠먹여 주는 내용을 ‘듣는’ 공부보다 속도와 깊이 모두에서 낫다는 주장에 크게 공감했다. 나 역시 혼자 책을 읽고 문제집으로 이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공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계도 보인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주로 저자의 개인 경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필체가 시종일관 단정적이다. 이를테면 저자는 학습만화에 빠지는 순간 아이의 독서 인생은 끝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럼에도 암기 위주 선행학습이 주도하는 사교육 현실에서 아이에게 책을 권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살펴볼 가치가 있다. 다만 학습만화를 두고 저자와 생각이 갈린 지점은, 앞서 소개한 토드 로즈의 책을 읽고 나서 더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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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

4~7세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

몇 해 전 런던에서 육아휴직을 하며 보낸 시절, 내 일상은 요리와 육아 두 가지로 압축됐다. 그런데 두 달쯤 지나자 둘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가 보였다. 요리는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그 한 끼만 참고 먹으면 그만이다. 기회는 수없이 많고 실수도 용납된다. 하지만 육아는 한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고 실수도 쉽게 되돌릴 수 없다. 요리책은 안 봐도 육아책만큼은 챙겨 보는 이유다.

아동 심리 전문가 이임숙은 앞서 엄마의 말 공부로 15만 부 넘게 팔린 저자다. 그는 이 책에서 정서와 인지의 균형 잡힌 발달을 강조한다. 감성과 이성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지식, 주의력, 자기 조절력 세 가지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배경지식이 풍부하고, 들뜨지 않고 차분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아이로 키우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백미는 이론보다 그 뒤에 이어지는 놀이 방법이다. 공부라는 숙제 앞에서 부모는 윽박지르고 아이는 반발하기 쉬운데, 저자가 소개하는 놀이는 그 악순환을 피할 대안이 된다.

돌아보면 요리와 육아에는 공통점도 있다. 좋은 요리에 좋은 재료가 필요하듯 육아에도 좋은 재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재료가 좋아도 실제로 잘 다뤄야 하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 관심을 두고 노력할수록 능숙해진다. 이 책은 그중 첫 번째, 좋은 재료가 되어 준다. 그 재료로 무엇을 만들지는 결국 식탁 앞에 선 부모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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