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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습관을 바꾸고 싶을 때 읽어야 할 책 다섯 권

올해 1월 7일, 미국 보건복지부와 농무부가 2025~2030년 식생활지침을 발표하며 내건 메시지는 “Eat real food”, 진짜 음식을 먹자는 한 문장이었다. 5년마다 개정되는 이 지침은 2020년판이 164쪽에 달했는데, 이번에는 10쪽으로 줄었다. 그리고 과자나 쿠키, 사탕처럼 포장된 채 바로 먹는 짜고 단 음식을 피하라고 분명히 권고했다. 미국인 섭취 열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가공식품을 겨냥한 것이다.

지침이 이렇게 단순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식습관과 관련된 만성질환을 앓고 있지만, 정작 지침을 따르는 사람은 드물다는 연구가 있다. 말하자면 몰라서가 아니라 습관을 바꾸지 못해서 아픈 것이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성인병이라 부르던 고혈압과 당뇨병을 이제는 생활습관병이라고도 부르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습관은 결심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왜 그렇게 먹고, 왜 그렇게 자고, 왜 몸이 자꾸 편한 쪽으로 기우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여기 다섯 권은 먹고 자고 움직이는 일상의 습관을 근거로 다시 들여다본 책이다.

초가공식품

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 책 표지

나는 어릴 때부터 과자를 먹으면 봉지 뒷면의 성분표까지 꼼꼼히 읽는 버릇이 있었다. 아질산나트륨이나 소르빈산칼륨처럼 실험실 선반에 있을 법한 이름이 눈에 걸렸고, 구아검이나 잔탄검 같은 낯선 이름도 자주 보였다. 이런 것들이 왜 음식에 들어가는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었다.

영국 UCLH의 의사이자 과학자 크리스 반 툴레켄 (Chris van Tulleken)은 그 답을 자기 몸으로 찾아 나선다. 4주 동안 식단의 80%를 초가공식품으로 채우고 몸의 변화를 기록한 것이다. 그 결과 체중이 늘고 염증 수치가 올랐으며, 뇌에서는 중독과 비슷한 반응까지 관찰됐다. 게다가 저자는 제공된 열량과 영양 구성을 맞춘 조건에서도 초가공식품을 먹은 사람들이 비가공식품을 먹은 사람들보다 하루 평균 500kcal 이상 더 먹었다는 연구를 함께 제시한다.

그래서 저자는 비만을 개인의 의지 문제로 보지 않는다. 초가공식품은 배를 채우는 음식이라기보다 더 먹게 만들도록 설계된 산업 제품이고, 따라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미국 지침이 과자와 쿠키를 콕 집어 언급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책에는 흥미로운 장치가 하나 숨어 있다. 저자는 첫머리에서 초가공식품을 끊지 말고 평소대로 먹으라고 권한다. 끝까지 읽은 뒤 다시 과자 봉지를 집어 들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가 바로 이 실험의 핵심이다.

더 보기: https://shinthesis.com/초가공식품-음식이-아닌-음식에-중독되다/

편안함의 습격

편안함의 습격 책 표지

한동안 이 블로그의 서평을 인공지능에게 맡겨 쓴 적이 있다. 책 제목과 짧은 메모를 입력하면 순식간에 그럴듯한 글이 나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마음 한쪽이 허무해졌다. 다음에는 직접 쓰겠다고 다짐해도, 막상 서평을 올리고 싶은 책이 생기면 ‘이번 딱 한 번만’이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세상 모든 중독자의 발목을 잡는다는 바로 그 주문이었다. 결국 그동안 인공지능으로 쓴 서평 50여 편을 모두 지웠다.

그 무렵 손에 잡은 책이 저널리스트 마이클 이스터 (Michael Easter)의 편안함의 습격이다. 저자는 두 동료와 함께 33일 동안 알래스카 오지로 순록 사냥을 떠난다. 그곳에서 불편하게 끼니를 해결하며 현대인의 과도한 식탐을 돌아보고, 잡은 순록 고기를 메고 먼 길을 걸으며 무거운 짐을 옮기는 능력이 인간의 고유한 특성임을 확인한다. 이처럼 저자는 생생한 여정 사이사이에 묵직한 이야기를 끼워 넣으며, 현대 사회가 편리함을 좇는 동안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씩 되짚는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문 대목은 뜻밖에도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냥 끝에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부탄을 여행했던 기억으로 넘어간다. 부탄 사람들은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를 묻는 저자에게 돌아온 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편안함에 길든 습관을 깨는 힘이 어디서 오는지, 그 답은 부탄 사람들이 매일 떠올린다는 한 가지 생각에 있었다.

더 보기: https://shinthesis.com/편안함의-습격/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표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나는 밤 10시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기숙사 친구들이 점호를 마치고 자습실로 내려가던 시간이었는데, 성적은 오히려 그때 올랐다. 하지만 의과대학과 수련을 거치는 동안 잠은 가장 먼저 줄이는 시간이 됐다. 돌이켜 보면 잠이 몸에 좋다는 사실을 경험으로만 알았을 뿐, 근거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신경과학자 매슈 워커 (Matthew Walker)는 그 근거를 차근차근 꺼내 놓는다. 잠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뉘는데, 밤 전반부에 많은 깊은 비렘수면은 낮에 배운 것을 장기 기억으로 옮기고, 후반부에 많은 렘수면은 꿈과 함께 정보를 재구성해 통찰을 만든다. 말하자면 비렘수면은 기억력을, 렘수면은 통찰력을 맡는 셈이다. 게다가 깊은 비렘수면 동안에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서 씻겨 나간다. 잠을 줄이는 습관이 단지 다음 날의 피로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책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대목은 의사 수련 제도의 기원이었다. 잠을 줄여 가며 버티는 인턴, 레지던트 체계는 19세기 말 존스 홉킨스 병원의 외과 의사 윌리엄 스튜어트 홀스테드 (William Stewart Halsted)에게서 시작됐다. 그는 쉬지 않고 일하는 체력을 의사의 조건으로 여겼고 스스로도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훗날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는 심각한 코카인 중독자였다. 그러고 보면 지금도 많은 병원의 당직표에는 그 중독자의 신념이 남아 있는 셈이다.

더 보기: https://shinthesis.com/우리는-왜-잠을-자야-할까/

10퍼센트 인간

책 '10% 인간'의 표지, 인간 몸 속 미생물의 과학을 다룸.

‘면역은 키우고 세균은 죽인다.’ 건강을 바라는 많은 사람이 종교처럼 믿는 공식이다. 그래서인지 마트 진열대에는 항균 인증을 내건 생활용품이 줄지어 있고, 우리는 별생각 없이 그것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하지만 우리 몸에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세균이 있다. 이를 정상 세균총이라고 한다.

진화생물학자 앨러나 콜렌 (Alanna Collen)은 정상 세균총이 사라질 때 어떤 병이 생기는지 추적한다. 장에서는 위막성 대장염이 대표적이다. 항생제가 장 속 세균을 쓸어내면 그 빈자리를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리균이 차지하고 독소를 내뿜는다. 흥미롭게도 이때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얻은 미생물을 옮겨 주면 병이 호전되는데, 이를 대변 미생물 이식이라고 한다. 한편 피부에서는 태어나는 방식이 차이를 만든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산도를 지나며 받는 미생물을 받지 못하고, 그만큼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짚어 둘 점도 있다. 제목의 ’10퍼센트’는 출간 당시 통용되던 인체 세포 대 세균 1 대 10이라는 추정에서 왔는데, 2016년 이후 연구에서 이 비율은 대략 1 대 1로 수정됐다. 그렇다고 논지까지 흔들리지는 않는다. 의사로서 덧붙이자면, 감기는 바이러스가 일으키기 때문에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그런데도 감기에 항생제를 찾는 습관은 내성과 세균총 교란만 남긴다. 그렇다면 세균과 함께 살기 위해 항생제 다음으로 줄여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의외로 그 답은 욕실 선반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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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맛있을까

음식의 과학을 탐구하는 책 표지, 다채로운 색상의 사탕과 제목 '왜 맛있을까'가 보임.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 먹을지 찍어 먹을지는 오래된 논쟁이다. 사소해 보이는 이 질문에 과학으로 답할 수 있을까. 옥스퍼드 대학교 통합감각연구소의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 (Charles Spence)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그는 감자칩을 먹을 때 바삭거리는 소리를 키워 들려주면 사람들이 감자칩을 더 신선하고 바삭하게 느낀다는 사실을 보였다. 말하자면 ‘찍먹’의 손을 들어준 셈인데, 이 연구로 2008년 공동 연구자 막스 잠피니 (Max Zampini)와 함께 이그노벨상 영양학 부문을 받았다.

저자는 이런 연구를 가스트로피직스라는 이름으로 묶는다. 미식학과 물리학을 합친 말로, 핵심은 맛이 혀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음식을 씹을 때 입에서 올라온 냄새 분자가 코 뒤쪽으로 빠져나가며 풍미를 만들기 때문에, 코를 막으면 양파와 사과를 구분하기 어렵다. 시각도 마찬가지다. 같은 핫초코라도 흰 컵보다 주황색 컵에 담았을 때 더 맛있게 느끼고, 분홍색 음료는 실제보다 달게 느껴진다.

이런 연구는 식습관을 바꾸는 데도 쓸모가 있다. 영상을 보면서 먹으면 그러지 않을 때보다 15% 더 먹게 되고, 가족과 정기적으로 함께 식사하는 아이들은 비만 위험이 12% 낮다는 연구도 소개된다. 요컨대 먹는 양을 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위장이 아니라 감각과 환경이다. 그러니 식습관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면 식단표보다 먼저 손볼 곳이 식탁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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